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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골 공부벌레들의 낭만 가득한 가을 잔치

Sep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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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에선] “가막골 공부벌레들의 낭만 가득한 가을 잔치”



[지금 대학에선] 개교 2년째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가을 축제
“선배 없어 낯설고 힘들지만 모든 행사 성료돼 보람느껴”
“수업은 본분” 정상 강의해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7~18일 이틀간 울산 울주군 언양읍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총장 조무제) 중앙광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광장 정면에 붉은색 특설무대가 차려지고 ‘Unist Falling In Festival'(Unist 가을! 축제에 빠져버리다)라고 쓴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무대 건너편과 좌우측엔 이 대학 7개 학부가 대형 천막을 이어서 만든 야외 주막이 차려지고, 무대와 주막으로 둘러싸인 중앙 공간에 벌여놓은 100여개의 야외 테이블에서는 학생과 교직원, 인근 주민 등이 한데 어울려 밤늦도록 흥겹고 시끌벅적한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축제는 ‘가막골 공부벌레들의 가을 잔치’라고 불렸다. 커다란 가막못을 중심으로 캠퍼스가 펼쳐진 마을의 이름이 가막골이어서 그렇다.





▲ 울산과학기술대(UNIST) 캠퍼스 하늘 위를 불꽃들이 붉게 물들였다.
이 불꽃들은 UNIST가 이번 가을축제(9.17~18) 전야제 행사로
지난 16일 밤 마련한 불꽃축제에서 쏘아올린 것이다. /문유빈 대학생 기자



하이라이트는 17일 저녁 중앙광장 특설무대 위에서 펼쳐진 ‘가막골 공부벌레들의 장기자랑 대회(Unist idol)’였다. 두 차례 예선을 통과한 11개 팀이 춤과 노래, 다양한 장기들을 맘껏 뽐냈고, 박수와 환호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압권은 예선에서부터 대상 후보로 꼽혔던 가나 유학생 마리안(Marian adusei·기초과정부 경영계열 1년)의 감미롭고 파워 넘치는 노래솜씨였다. 그녀는 흑인 특유의 애절한 음색과 힘 있는 성량으로 고난도의 팝송을 소화해냈다.

배지은(테크노경영학부 2년)양 등 2학년 여학생 5명으로 구성된 ‘흥할냔들’팀도 무대를 압도했다. 재미난 동물 가면과 노란색 수건, 몸뻬바지 등 코믹한 의상에서부터 관객들의 폭소를 이끌어내더니 최신 유행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메들리로 재구성한 곡에 맞춰 끼와 재치가 넘치는 율동을 선보여 객석을 뜨겁게 달궜다. 최이건(기초과정부 이공계열 1년)군은 드라마 주제곡인 ‘눈의 꽃’을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불러 관객들을 들뜨게 했다.

5명의 학생 심사위원과 인기팀 스티커 붙이기 현장투표 결과 가나의 마리안이 아쉽게 3등에 그쳤고, 흥할냔들 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최이건군은 2등을 차지했다.




▲ 지난 18일 밤 UNIST 가을 축제의 마지막 무대로 펼쳐진 밴드동아리 공연 모습.
/이현영 대학생 기자



18일 오후에 열린 외국인 유학생 요리대회도 인기였다. 외국인 유학생을 포함한 학생 3명이 팀을 이뤄 즉석에서 뽑은 한국음식 레시피(요리법)에 따라 요리 솜씨를 겨뤘다. 주방장은 외국인 학생들이 맡았고, 한국 학생들은 각자 엄마들의 요리법을 떠올려가며 코치를 하거나 물 떠오기, 반죽하기 등을 곁에서 거들었다. 대상은 부추전을 맛나게 만든 몽골 여학생 바타르(Baatar Shinebadral·기초과정부 경영계열 1년)팀이 차지했다. 심사위원들은 “평소 엄마가 해주던 부추전 맛과 비슷하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바타르 양은 “영어로 된 레시피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배려하는 따뜻함을 느꼈고, 몽골 친구들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한국요리가 생겨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축제는 외국인 유학생과 함께하는 4인1조 전통 윷놀이와 인기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이름을 내건 탁구대회, 캠퍼스 안팎을 돌아 달리는 6.5㎞ 단축 마라톤경주, 길거리 농구대회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 대학 농구동아리가 주관한 길거리 농구대회에서 축구 동아리 ‘지구방위대’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낳아 화제가 됐다.

또 16일 밤에는 전야제 불꽃축제가 펼쳐져 가막골을 낭만 가득한 불꽃으로 물들였다. 18일 밤 피날레 무대는 인기가수 ‘다비치’ 초청공연에 이어 응원동아리 ‘UNIQ’, 댄스동아리 ‘U-turn’, 밴드동아리 ‘Melting point’의 열정적인 공연이 차례로 캠퍼스를 달궜다.

이 대학 총학생회 기획추진국 오세민(나노생명화학공학부 2년)군은 “가르쳐주는 선배도 없이 우리 손으로 기획하고 준비한 축제가 무사히, 그리고 성황리에 끝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작년 3월 개교한 이 대학은 지난해 9월 개교기념 열린음악회를 겸한 첫 축제를 가졌지만 총학생회가 온전하게 준비한 축제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디자인·인간공학부 학부회장 정원일(2년)군도 “기획서 쓰는 것부터 각종 협조 공문, 물품 주문, 사업자 등록, 세금계산서 등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이였다”며 “잠을 설치고 식사까지 놓치곤 했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반면 자성(自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교수님과 어울리고 소통할 수 있는 행사가 없었다”거나 “축제 마무리가 미숙했다”, “뒷정리가 소홀해 학교가 지저분해진 것은 우리 스스로 주인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국내 최초 법인화 국립대학으로 출범한 이 대학은 90여명의 교수가 재직 중이고 1200여명의 학생(대학원 포함), 3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수업은 학생의 본분’이라는 학교 방침에 따라 이번 축제기간에도 모든 수업은 빠짐없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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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골 공부벌레들의 낭만 가득한 가을 잔치” ]조선일보 2010년 9월 26일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