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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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부정행위란 무엇인가 ?

Nov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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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부정행위란 무엇인가?




가. 미국과 유럽의 연구부정행위 개념과 범위


세계 각국마다 연구부정행위에 관한 정의가 조금씩 다르다. 세계에서 최초로 연구부정행위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을 시작한 미국은 본인의 연구 활동에서의 진실성 확보는 물론, 이를 통해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을 오도하거나 피해를 주지 않는 “책임 있는 연구행위”를 강조한다.3 그러므로 연구내용, 결과의 진실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책임성과의 연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날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만을 연구부정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실성사무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 ORI)4이 규정하고 있는 연구부정행위란 “연구를 계획, 수행 혹은 심사 또는 연구 결과 보고에 있어 날조, 변조, 표절 행위”로써 그 각각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날조”는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또는 연구결과 등을 허위로 만들어 내는 행위를 말한다. 과학적 연구 자료의 날조는 존재하지 않는 기록을 의도적으로 창조하는 것으로 근거가 없고 판단을 그르치게 하고 속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대표적인 유형을 보면, ① 사회과학분야에서 회견을 전혀 하지 않고 가상의 주제에 대한 질문표를 완성하는 것, ② 생명과학분야에서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던 과학실험의 연구 자료를 부정하게 만드는 것, ③ 실제로 시행했던 과학실험을 통해 얻은 연구 자료에 추가적인 통계학적 유효성을 얻기 위하여 허구의 연구 자료를 첨가하는 것, ④ 임상연구에서 연구계획서에 대한 순응도를 보여주기 위해 연구기록에 임상정보를 삽입하는 것 등이 있다.5


▶ “변조”는 연구 재료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임의로 변형연구 내용 또는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변조는 과학연구를 시행하여 얻은 연구 자료를 선택적으로 변경하거나 연구 자료의 통계 분석에서 불확실한 것을 그릇되게 설명하는 것을 말하고, 또한 과학적 혹은 통계학적 검증 없이 일치하지 않는 연구 자료를 선택적으로 생략/ 삭제/ 은폐하는 것을 말한다. 변조의 대표적인 유형을 보면, ① 연구 자료를 변경하여 자료의 상이함을 수정하는 것 ② 연구기록에서 연구 날짜나 실험과정을 변조하는 것 ③ 통계 분석 결과를 그릇되게 설명하는 것 ④ 실험에 사용한 세포주 등 실험 방법을 그릇되게 설명하는 것 ⑤ 논문에 대상 환자 수 같은 것을 틀리게 언급하는 것 ⑥ 발표 논문에 연구 대상이나 방법을 그릇되게 설명하는 것 ⑦ 계속연구과제 연구비를 신청할 때 연구 자료를 변조하는 것 ⑧ 논문 발표를 위해 제출된 초록이나 전문적인 과학자 모임에서 구두로 발표할 때 연구 범위에 대해 그릇되게 언급하는 것 등이다.6 특히, 임상연구에서의 변조의 예는 ① 어떤 피험자의 기록을 다른 피험자의 기록으로 바꾸는 것 ② 등록되어 있는 연구자가 실제로 실시하지 않은 연구 자료를 연구자료 센터로 보고 하는 것 ③ 피험자가 선택 기준 검사를 위해 방문한 날짜와 결과를 변경하는 것 ④ 피험자의 현재 상태나 연구 자료를 다시 제출하여 연구 자료를 새롭게 하지 않는 것 ⑤ 질병이나 재발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혈액 검사의 특정한 결과를 변경하는 것 ⑥ 혈액 채취 날짜를 변경하는 것 등이다.7


▶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부연설명하면, 표절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일반적 지식(common knowledge)이 아닌 타인의 창작물이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 것처럼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자신의 기존의 창작물을 다시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창작물로 보이게 하는 학문적 부정행위”8라고 말할 수 있다. 표절의 대상은 대체로 타인의 저작물에 담긴 고유한 생각(아이디어), 독특한 표현(단어, 어구, 절, 문장, 그래프, 도표, 그림 사진 등), 연구 착상(가설)이나 방법(분석 체계 또는 논리), 이론 및 연구 결과, 데이터, 조사 자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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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표절의 범위


표절은 좁게는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9하는 행위를, 넓게는 타인의 창작물이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 것처럼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자신의 기존 창작물을 다시 이용함으로써 새로운 창작물로 보이게 하는 모든 행위, 더 나아가 창작에 기여 없이 또는 기여한 범위를 넘어서 저작자로 표시되는 ‘기여없는 저자표시’까지를 포괄한다고 볼 수 있다.


① 저작권을 침해하는 표절이란 타인의 저작물 중 창작성이 있는 부분을 무단으로 인용하여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이는 도덕적인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법상 저작권 침해라는 용어가 종종 표절과 동의어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표절은 저작권 침해보다 폭넓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저작권 침해를 하지 않으면서도 표절이라는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②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지만 표절에 해당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는 공유영역(public domain)에 속한 저작물의 표절과 자기표절(self plagiarism)이 속한다. 저작권법에 의하면,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저작자가 생존하는 기간과 사후 50년간 존속하며 그 기간이 경과하면 공유 영역에 포함시키게 되므로 이 공유 영역에 속하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일반적 지식(common knowledge)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 없이 오랫동안 사용하여 표절된 부분이 새로운 창작으로 혹은 표절자의 것으로 오인케 했다면 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창작자의 양심과 제3자와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기 때문이다.10 자기표절은 자신이 과거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새로 창작하는 저작물에 다시 이용하면서 정당한 방법으로 출처 표시를 하지 않은 행위 또는 출처를 표시하였더라도 “통념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분량을 넘어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통념으로 인정될 수 있는 분량을 넘어 이용하는 행위란 과거 창작물이 주가 되고 새로 창작하는 저작물이 부수적인 것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제3자에게 새로운 창작물로 보이게 하고, 자기 표절된 저작물의 양이나 질이 새로운 저작물의 양과 질에 비해 사소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표절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되지 않지만, 역시 창작자의 양심과 연구실적을 신뢰한 소속기관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므로 윤리적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기서 핵심은 자신의 이전 저작물을 나중의 저작물에서 인용할 때 출처를 정확하게 표기해야 자기표절의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③ 자기표절의 한 유형인 중복게재(redundant publication)도 표절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중복게재는 이중게재(duplicate publication), 토막논문(salami-slicing publication), 덧붙이기 논문(imalas publication)을 포괄한 개념으로 처음 게재한 학술지 편집 책임자의 허락 없이 또는 완전한 인용 처리 없이 동일 논문 또는 가설, 자료, 토론, 논점, 결론 등에서 상당 부분 겹치는 논문을 2개 이상의 학술지에 게재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토막논문이란 하나의 저작물로 발표해야 할 내용을 여러 저작물로 고의로 나눈 저작물로 연속논문은 제외한다. 덧붙이기 논문이란 이미 출판된 자료에 다른 자료를 추가하여 같은 결론의 논문으로 출판하는 것을 말한다. 중복게재의 경우 원본과 2차 게재물은 동일하거나 거의 유사하다. 이것 역시 자기표절처럼 저작권을 침해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저작물을 전부 또는 거의 다시 사용하는 것이므로 소속기관이나 제3자의 연구 성과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기 때문에 비난받게 된다. 11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모든 중복게재가 다 표절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과거에 발표한 저작물을 독자층이 다른 학술지에 중복게재함으로써 연구결과를 널리 이용할 필요가 있을 때, 또는 한 국가에서 발표한 저작물을 번역하여 다른 국가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발표해야 할 때 두 학술지 편집인의 허락을 얻어 다시 싣는 경우(정당한 이차게재, secondary publication)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복게재가 허용되는 이차게재의 경우에도 중복게재되는 저작물과 이전 저작물간의 선후관계를 분명히 밝혀야 함은 물론 연구 업적물로 인정받고자 할 때는 둘 중 하나만을 제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④ 넷째, 모자이크 표절 또는 바꿔쓰기(paraphrasing)가 있다. 모자이크 표절은 “타인 저술의 텍스트 일부를 조합하거나 단어를 추가 또는 삽입하거나 단어를 동의어로 대체하여 사용하면서 원저작자와 출처를 밝히지 않는 행위”,12를 말한다. 바꿔쓰기는 “다른 사람이 작성한 문서의 일부를 사용하면서 뜻이 변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몇몇 단어를 바꾸거나 글의 순서를 바꾸어서 표현하는 경우” 13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바꿔쓰기는 두리뭉실하게 인용하여 인용된 글과 저자의 글이 혼용되는 경우, 문장의 어미나 뉘앙스를 달리하고 본인의 생각을 살짝 덧붙이기 경우 등과 같이.간접적 표절14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유의해할 것은 원저작물에 있는 단어를 바꾼다고 하여 표절을 막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저작물의 핵심 아이디어가 살아있는데 출처를 명기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이 문맥을 바꾼다고 해도 표절 혐의를 벗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저작물을 인용하되 바꿔쓰기를 제대로 하려면 원저작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그대로 전달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원저작물의 아이디어와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여 자신의 색깔이 담긴 문장으로 풀어 써야 한다. 학술적 글쓰기에서 많이 언급되는 verbatim과 summarizing에 대하여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verbatim은 “다른 사람이 작성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여 사용하는 것”이고, summarizing은 “다른 사람이 작성한 글을 줄여서 표현하는 것”이다.15verbatim의 경우 인용하는 저작물이 3줄 이내의 짧은 글이면, 큰 따옴표를, 3줄 이상의 긴 글이면 별도의 블록으로 들여쓰기(indentation)를 하여여 인용문임을 밝혀주어야 하고, summarizing의 경우 바꿔쓰기와 마찬가지의 원리가 적용된다. 즉, 원저작물의 내용과 용어를 완전히 이해하여 자산의 용어로 표현하되 반드시 출처를 표시해 주어야 한다.


⑤ 기여없는 저자 표시도 표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점에 대하여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기여없는 저자 표시’는 연구부정행위의 한 유형으로써 표절과 별도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여기서 ‘기여없는 저자표시’를 표절의 범위에 넣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것을 자기 것인 양 무단으로 사용하는 표절의 전형적인 개념에서 볼 때, 다른 사람의 저작물에 특별히 기여하지 않으면서 공동 저자가 되는 것은 남의 것을 부당하게 갖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도 직접적으로 창작 또는 저술에 관여하지 않는 자가 저작자로 이름을 올릴 경우(예: 창작 또는 저술을 전혀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지도교수라는 명목으로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경우 등)에는 ‘부정발행’으로 처벌(법 제99조)을 받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16


나) 올바른 인용


표절 의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남의 것을 이용하되 그것이 ‘공정한 이용(fair use)’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공정한 이용은 무엇인가? 첫째, 단순히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그대로 복사하지 않고, 해석, 분석 등을 통해 독창적인 방식으로 변형해야 한다. 둘째, 가급적 나의 저작물에서 타인으로부터 빌려온 양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셋째, 타인의 저작물을 빌려와 이루어진 나의 저작물이 그 사람에게 지적 재산권의 피해를 줄 정도로 빌려온 것이라면 공정한 이용이라고 할 수 없다.17


지금까지 연구부정행위의 대표적인 3가지 유형인 날조, 변조, 표절에 대하여 상세히 알아보았는데, 미국에서는 정직한 실수나 의견의 차이는 연구부정행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18




유럽의 경우를 보면, 연구부정행위의 적발, 처벌을 넘어서 정직하고 합리적이며 자율적인 연구풍토의 조성을 이상향으로 간주하여 “바람직한 과학 연구의 실천(good scientific practice)”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연구부정행위에는 저자표시나 타인과의 공동연구에 관련된 문제들이 포함되는 등 미국에 비해 연구부정행위의 범위가 보다 포괄적이다. 이를테면, 독일의 경우, 데이터의 날조 및 변조, 지원서, 연구자금 신청 및 논문 발표 상 허위정보 기재, 지적 소유권 침해(허가 없이 논문을 표절하거나 저자의 명의만 바꾸어 발표하는 행위, 아이디어 도용, 저작권 소유자의 허가 없이 출판하는 경우), 타인의 연구방해, 실험과정, 결과물에 대한 상해 또는 조작 행위를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 영국은 FFP 이외에 연구 수행 중 고의 또는 부주의한 일탈 행위, 사람 및 척추 동물 등에 대한 위험방지 규정 위반, 다른 사람들과 연구부정행위를 조장, 공모, 은폐 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19 미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연구 부정과 연구 부정직(research dishonesty)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우리나라의 연구부정행위 개념 및 범위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연구 논문 조작 사건을 계기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연구윤리鞭퓬봉� 확보하는데 필요한 역할과 책임에 관한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 『연구윤리확보를 위한 지침』을 마련하게 되었다. 여기서는 연구부정행위의 범위를 연구진실성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날조, 변조, 표절 이외에도,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부정행위 조사를 방해하거나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 과학기술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를 포함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연구비 유용의 경우, 명백한 부정행위이지만 연구의 진실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연구부정행위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연구부정행위의 유형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기 보다는 책임있는 연구를 위해 지양되어야 할 행위들을 최소한도로 규정했다.20이와 같은 연구부정행위의 범주는 미국보다는 유럽형에 더욱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연구내용 및 결과에 전혀 과학기술적 기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자로 등재하거나(명예저자 문제), 기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에서 아예 제외하는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를 연구부정행위의 한 유형으로 포함시킨 것은 각종 설문조사 결과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 학계에서 근절되어야 할 심각한 연구 활동이 바로 논문저자에 관한 사항이었기 때문이었다.